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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핵심
엘든 링은 프롬 소프트웨어 첫 오픈월드 도전작으로, 탐험 설계는 훌륭하지만 영체 시스템을 전제한 보스 배치와 불친절한 퀘스트 동선은 아쉽다. GOTY는 맞되, 우주 갓겜은 아니다.

소울류 게임은 시작을 하기 전에 항상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처음으로 다크소울 시리즈를 영접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친구가 억지로 졸라서 해보게 된 게임이었으나 그것을 마무리할 때 쯤,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왕이 되었다.
물론 그것도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되어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기 힘들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프롬만이 가지는 고유한 분위기와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요소 하나하나가 아직도 내 세포 하나하나를 그 시절의 맥동으로 돌려놓는 노스텔지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은 나의 게이머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이는 앞으로 다룰 다크소울 시리즈에서도 얘기하겠지만.) 따라서 그들이 내놓은 또 다른 작품, 엘든 링을 왕의 귀환을 바라는 신하의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것은 모름지기 나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이었다. 
 
이 게임은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떤 실망을 안겨주려나.
그 두 가지 가능성을 직전까지 저울질해가며 플레이를 시작한 엘든 링. 
패드를 붙잡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스톰빌 성 앞에서 처음 멀기트를 만났을 때였다. 패드를 내려놓고 맵을 열었더니 오른쪽으로 샛길 하나가 보였다. 그 길이 보스를 우회하는 루트였고, 그 순간 이 게임의 오픈월드가 뭘 하려는지 감이 왔다.

목차

  1. 프롬의 첫 오픈월드, 어디서 성공하고 어디서 실패했나
  2. 레날라는 왜 훌륭하고 신의 살갗 듀오는 왜 최악인가
  3. 영체 시스템이 선택지가 아닌 이유
  4. 스토리 작가를 기용하고도 텔링이 없는 역설

프롬의 첫 오픈월드, 어디서 성공하고 어디서 실패했나

막다른 길이 없다는 게 이 게임 오픈월드의 핵심이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도 최소 두 갈래 길이 존재했다.

도읍 로데일로 가는 정석 루트를 예로 들면, 부절 두 개를 모아 대승강기를 타는 길이 공식 경로다. 그런데 그 승강기 바로 옆에 갱도 입구가 버젓이 서 있다.

이 게임의 갱도 대부분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 패턴을 한 번이라도 익혔다면 저 갱도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들어갔더니 조금 돌아가긴 해도 로데일로 통하는 길이었다.

반복되는 오브젝트 배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튜토리얼 텍스트 한 줄 없이 오브젝트가 주는 보상의 패턴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추측하게끔 만들어놓은 방식이다.

문제는 반복 보스다. 도가니 기사, 가고일, 나무령, 결정인 등이 색상만 바뀐 채 여러 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프롬식 게임에서 반복 보스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프롬은 이 문제를 꽤 영리하게 돌렸다. 같은 보스를 반복 배치하되 각 지역마다 보상을 완전히 달리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싸움보다 보상에 집중하게 된다.

난이도 흐름도 고육지책이지만 나름 설계되어 있다. 아래 표처럼 데미갓들의 순서는 열려 있는 듯 보여도 사실상 유도된다.

진행 순서 데미갓 특이사항
1순위(사실상 고정) 고드릭 스톰빌 성, 초반 자연 유도
2순위 레날라 고드릭 뒷문으로 연결됨
3순위(조건부) 라단 알터 고원 진입 시 전쟁 축제 개시
선택 가능 라이커드 화산관, 어느 타이밍이든 무방
이후 일직선 모르고트 등 선형 구조로 전환

오픈월드의 자유도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플레이어를 의도한 순서로 조용히 안내하는 구조다. 프롬식 단계적 성취감을 오픈월드 안에 집어넣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레날라는 왜 훌륭하고 신의 살갗 듀오는 왜 최악인가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보스는 만월의 여왕 레날라였다. 기믹 보스전의 교과서라 불러도 될 정도로 설계가 정교했다.

기믹 보스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처치 대상이 직관적으로 보일 것, 그리고 기믹 성공 시 확실한 딜 타이밍을 줄 것. 레날라는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처치해야 하는 대상을 직접 가르쳐주는 대신, 그 대상이 레날라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역할을 파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믹을 풀면 2 페이즈로 넘어가는 컷신이 나온다. 연출도, 2 페이즈의 위압감도 흠잡을 데 없었다.

반면 신의 살갗 두 명은 내가 플레이한 보스전 중 가장 화가 났던 싸움이었다. 한 놈을 처치하면 다른 놈이 살려낸다. 두 놈을 동시에 처치하면 둘 다 동시에 부활한다.

엇박이 심한 연속 공격에 호밍 성능 높은 흑염까지 쏘아댄다. 체력도 일반 보스 이상이었다. 아래 체크리스트가 이 보스전을 요약한다.

  • ✔ 두 마리 동시 등장, 패턴 중첩 불가피
  • ✔ 한 마리 처치 후 상대방이 소생시킴
  • ✔ 호밍 흑염, 거리 불문 명중률 높음
  • ✔ 필수 보스전으로 우회 불가
  • ✔ 최후반부 배치, 게임 경험 훼손
  • ✔ 영체 사용 시 난이도 급격히 완화됨

이 보스전이 더 문제인 이유는 위치 때문이다. 보스전이 네 번밖에 남지 않은 최후반부에 배치되어 있다. 스토리적으로도 감정적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할 시점에 무지성 난전을 집어넣은 거다.

엘든 링의 보스들이 전반적으로 빠르고 연속 공격 패턴이 길어진 건 맞다. 다크 소울 시리즈의 보스전을 보면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인데, 엘든 링은 애니메이션 액션 수준의 속도를 보여준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플레이어는 그대로인데 보스만 빨라진 경우다.

영체 시스템이 선택지가 아닌 이유

영체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싱글플레이는 자기만족의 영역이고, 써도 안 써도 플레이어 자유다.

문제는 영체 사용을 전제로 설계된 보스전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선택지가 사실상 강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결정인 3인조 보스전이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정인의 특징은 한 번 그로기 상태가 오기 전까지 아무런 경직이 없다는 거다. 그런 보스가 세 마리가 나온다. 패턴 세 개가 겹쳐서 날아드는 상황에서 세 마리를 각각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건 1:1 싸움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체가 나머지 두 마리의 어그로를 흡수하는 동안 한 마리씩 제거하는 게 이 보스전의 정답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영체는 선택지가 아니다.

영체 사용 여부 신의 살갗 듀오 결정인 3인조
영체 소환 난이도 급격히 하락 공략 가능
영체 미소환 패턴 중첩, 소생 반복 그로기 타이밍 불가
체감 난이도 차이 매우 큼 극단적

영체를 쓰면 너무 쉽고, 안 쓰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간극이 생기면 게임의 중심이 흔들린다. 소울 시리즈를 거치며 형성된 "1:1 정면 돌파"라는 플레이 문화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지막 보스인 엘데의 짐승도 비슷한 맥락에서 실망스러웠다. 어렵기로 따지면 1페이즈인 라다곤이 더 어렵다. 하지만 엘데의 짐승은 거대한 맵에서 끊임없이 거리를 벌린다. 토렌트도 소환할 수 없고, 쫓아다니기만 하다 체력이 닳는 구조다.

게다가 특정 영체를 소환하면 보스가 아예 멈춰버리는 버그가 마지막 보스전에서 발생한다. 필수 패턴도 나오지 않은 채 그대로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경우가 있었고, 그렇게 80시간 세이브 파일 하나가 날아갔다.

스토리 작가를 기용하고도 텔링이 없는 역설

조지 R.R. 마틴과의 협업은 이 게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프롬식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스토리는 더 정교해졌다. 보스들은 더 있어 보이는 대사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텔링은 여전히 프롬 방식 그대로였다.

아이템 설명을 조합해 맥락을 추측하고, NPC 대사를 흘려들으면 흐름을 놓치는 방식이다. 스토리가 있어도 전달이 안 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없는 것과 비슷하다.

퀘스트 동선이 특히 문제였다. 셀렌 퀘스트를 예로 들면, 감옥에서 돌을 뽑아 본체를 얻은 뒤 아무런 안내 없이 멈춘다. 한참 뒤에야 라니의 탑 지하로 가야 한다는 걸 외부 정보로 알았다.

새 육체를 찾아주면 마법학교로 가겠다고 한다. 마법학교에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는 다시 마녀 봉인의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게임 안에서 알려주지 않는다.

  • ✔ 퀘스트 다음 목적지 안내 없음
  • ✔ NPC 이동 후 위치 힌트 미제공
  • ✔ 퀘스트 실패 여부를 플레이어가 알기 어려움
  • ✔ 진행 조건이 비선형, 외부 정보 없이 완주 난해
  • ✔ 아이템 사용처 안내 부재(밀리센트 의수 등)

이런 구조에서 퀘스트 하나를 완주하는 건 운에 가깝다. 아직도 밀리센트의 의수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엘든 링은 소울 시리즈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할 수 있나?

진입 장벽은 전작보다 많이 낮아졌다. 보스가 막히면 다른 지역을 먼저 탐험해 레벨을 올리거나, 영체를 소환해 싸움을 풀어가는 방식이 가능하다. 다만 후반부 일부 보스는 초보자에게 꽤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Q.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공들여야 하나?

아이템 설명과 NPC 대사를 꼼꼼히 읽어도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외부 정리 영상이나 글을 참고하는 게 현실적이다. 퀘스트는 특히 외부 정보 없이 완주하기가 쉽지 않다.

Q. 영체를 쓰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나?

보스에 따라 체감 차이가 크다. 1:1 보스전은 영체 유무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다인 전 보스는 영체 없이 플레이하면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체감 난이도가 오른다.

Q. 엘든 링은 GOTY를 받을 만한 게임인가?

오픈월드와 소울라이크 전투의 융합이라는 시도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2022년 출시 당시 기준으로 그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했다. 다만 "역대 최고 게임"이라는 평가는 과장의 여지가 있다.

Q. DLC인 황금나무의 그림자는 본편보다 나은가?

내 지식 범위 밖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니 공식 채널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길 권한다. 엘든 링 공식 사이트는 https://www.eldenring.j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엘든 링을 클리어한 뒤 가장 오래 남은 감각은 황금나무를 처음 봤을 때의 경이로움이었다. 그 감각만큼은 다른 게임이 주지 못한 것이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경이로움을 최후반부의 보스 설계가 일부 갉아먹은 건 사실이다. 프롬의 다음 오픈월드가 이 아쉬움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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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대하여

이 글은 개인이 운영하는 게임 리뷰 블로그에 작성된 글입니다. 2026년 11월 8일 작성되었으며, 2026년 11월 기준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애드센스 등 광고 수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게임 관련 공식 정보는 https://www.fromsoftware.jp에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출처: FromSoftware 공식 사이트, 2026.1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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